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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1.온 몸으로 하나되는 우리의 대동놀이(줄다리기)

우리 생활에서 어느 때 ‘대동놀이’가 필요할까요?

우선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여럿이 모일 때가 있습니다. 작게는 반의 모임부터 학급, 학년, 그리고 전교생까지 다양하지요. 또 소풍이나 운동회 등 여러 행사를 하다보면 학부모도 모이고 지역 주민들도 모이죠. 그런데 이렇게 여럿이 모일 때 참 답답해요. 여럿이 모여 서로 즐거운 분위기면 좋겠는데, 서먹서먹하고 눈치만 보다 끝나면 낭패감이 들지요. 그래서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해보지만 그때 뿐 금새 또 서먹해지고……. 이럴 때 자연스럽게 서로 통하면서 밝고 활기차게 전체를 통일시킬 수 있는 방법이 뭘까요? 그게 바로 ‘강강술래’나 ‘줄다리기’ 같은 대동놀이에요. 아이든 노인이든 모두 참여할 수 있고 몸과 몸을 부딪치면서 신명으로 하나 되는 힘이 바로 우리 민족의 대동놀이에 숨어 있답니다. 만약 우리들이 학교에서부터 제대로 대동놀이를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사회든 신명으로 통일되는 희망찬 세상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옛 조상들은 어떻게 대동놀이를 했을까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교과서에 나오는 놀이를 살펴보면, 기지시줄다리기(국가무형문화재 제75호)와 영산줄다리기(국가무형문화재 제26호)처럼 당기는 힘을 겨루는 놀이와 고싸움(국가무형문화재 제33호)·안동차전놀이(국가무형문화재 제24호)·영산쇠머리대기(국가무형문화재 제25호)처럼 밀고 누르는 힘을 겨루는 놀이, 그리고 좌수영어방놀이(국가무형문화재 제62호)처럼 노동과정을 놀이로 만든 것, 진도다시래기(국가무형문화재 제81호)나 남사당놀이(국가무형문화재 제3호)같은 연희류로 나눌 수 있어요. 이 중에서 특별한 기능이 없어도 누구나 참여하면서 하나됨을 느낄 수 있는 놀이가 바로 줄다리기예요. 그러면 대표적인 지역에 속하는 영산과 기지시의 줄다리기를 통해 옛 사람들은 놀이로 어떻게 대동을 만들어 갔는지 알아봅시다.


영산줄다리기와 기지시줄다리기

‘기지시줄다리기’는 충청남도 당진군 송악면 기지시에 전해오는 대동놀이예요. 기지시는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옥녀가 비단을 짜는 ‘옥녀직금형(玉女織錦型)’이라고 한대요. 기지시의 ‘기지’도 ‘뜰못’이라는 뜻이며 주변에 옷감과 관련된 지명이 많답니다. 그래서 베를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시늉을 하는 놀이에서 줄다리기가 생겼다고 해요.
이렇게 풍수지리설이나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줄다리기는 물의 신인용을 기쁘게 하여 한 해의 풍년과 평안을 바라는 의미가 더 강했어요. 그리고 줄다리기(대동놀이)는 줄을 당길 때 보다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이 더 중요해요. 어떻게 사람들이 참여하나? 어떻게 줄을 만들까? 어떤 의미를 담나?
이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경상남도 창녕군 영산지방의 줄다리기입니다.

기지시줄다리기
기지시 줄다리기
(국가무형문화재제75호)

그럼 그 과정을 자세히 살펴볼까요? 우선 ‘영산줄다리기’는 아이들이 시작해요. 해마다 정월이면 아이들은 온 동네를 돌며 짚을 모아서 작은 줄을 만듭니다. 어른들을 흉내 낸 놀이인데 하는 모양이 제법 그럴듯해서 어른들이 ‘잘 헌다’하면서 칭찬을 해주면 더 으쓱해지지요. 아이들의 놀이가 ‘어느 편이 이겼다더라.'는 소문이 돌면 이제 어른들이 시작합니다. 모든 집에서 짚도 내고 사람도 나와서 함께 웃으며 줄을 만들지요. 이때는 농한기인지라 오직 줄을 만드는 일만 열심히 하지요. 드디어 줄이 다 만들어지면 마지막으로 여자들이 참여하는 것이지요. 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요즘 운동회 때 당기는 줄은 가느다란 한 가닥 줄이죠. 예전에는 어른이 줄에 앉아도 발이 땅에 닿지 않았대요. 영산 줄도 지금은 예전에 비해 훨씬 작아졌는데도 지름이 1.5m, 길이는 40m가 넘어요. 또 줄도 암줄, 수줄로 나뉘어 있어 그 사이를 굵은 소나무로 만든 비녀목을 끼우지요. 실제 줄을 당기는 모습이야말로 정말 신나지요. 여러 동네의 농악대가 앞장을 서고 수백 명의 장정들이 줄을 메고 가는데 줄이 마치 용이 살아 움직이는 듯해요. 그 뒤를 노인들과 아이들, 여자들이 따릅니다. 그리고 드디어 줄을 당길 장소까지 오면 우선 함성으로 상대방의 기를 누르려고 합니다. 양편에서 질러대는 ‘우-와!’ 하는 함성에 영산 전체가 쩌렁쩌렁 하지요. 그런데 처음에는 줄을 합하지 않고 서로 어르기만 해요. 남녀가 만났을 때 서로를 관찰하면서 은근히 애를 태우듯이.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마음이 통할 때쯤 드디어 암줄에 수줄을 넣고 비녀목을 끼웁니다. 그 후에는 양편에서 서로 힘차게 당기면서 승부를 가리는데 여자 쪽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고 해서 암줄이 이기는 일이 많았대요. 이긴 쪽은 이겨서 신나고 진 쪽도 풍년이 들 테니까 신나고 모두가 신이 나지요. 그리고 이긴 쪽의 줄은 신비한 힘이 있다고 생각해서 모두들 잘라 갔어요. 그 줄로 무엇을 했을까요? 잘라간 줄은 둥글게 말아서 지붕 위에 얹으며 집안의 평안과 풍년을 빌었대요.


‘줄’이 ‘용’이라면서요?

오랜 세월 농사를 지어 온 우리 조상들은 가장 큰 소망이 바로 풍년이었어요. 그리고 농사가 잘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물인데 이 물을 다스리는 신이 바로 용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용을 닮은 줄을 만들고 그 용을 기쁘게 하는 행동(제사를 지내 주고, 용끼리 만났을 때 성행위를 하는 등)을 하는 거예요. 또 옛 사람들은 계절의 변화를 신들의 싸움이라고 생각했는데, 봄부터 가을까지는 착한 신의 힘이 세지만 추운 겨울은 악한 신들의 힘이 더 세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새해의 첫 달인 정월에는 힘이 약해진 착한 신들을 도울 수 있는 놀이를 많이 했는데, 윷놀이나 줄다리기처럼 정월의 놀이엔 이런 뜻도 깃들어 있다고 해요.


왜 여자들이 이길까요?

옛 사람들은 농사를 짓는 땅(지모신)과 물(물의 신)은 모두 여자라고 생각했어요. 물의 도움으로 고기도 자라고 농산물도 자라듯이 여자만이 아이를 낳으니까 줄다리기도 암줄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마을 사람들을 남녀로 편을 나눈다면 여자들의 힘이 약하죠. 그래서 아이들은 물론 아무리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장가를 못 갔으면 여자 편으로 쳐서 숫자를 많게 하거나, 한참 줄을 당길 때 여자들이 남자 쪽에 가서 솔가지나 빗자루로 남자들을 콕콕 찔러서 방해를 했대요. 이렇게 땅이든 물이든 사람이든 자식을 낳을 수 있는 여자를 상징하면서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놀이가 바로 줄다리기예요.


애들이 먼저 시작한다던데?-진정한 대동놀이!

명절에 요즘 아이들의 가장 큰 불만이 뭘까요? 바로 어른들이 고스톱만 칠 뿐 아이들과 놀지 않는다는 거예요. 하지만 영산줄다리기는 애들이 먼저 시작하죠. 아이들이 시작한 작은 놀이(모의 놀이)를 노인들이 격려해 주고, 이 소식을 들은 장정들이 큰 놀이를 준비하면 마지막으로 여자들이 참여합니다. 이렇게 마을 사람 모두가 자연스럽게 참여하면서 전체의 힘을 하나로 모았던 것이 바로 줄다리기였습니다.


왜 일년에 한 번만 했을까요?

모든 집에서 짚도 내고 돈도 내고 품도 내어 온 동네가 참여하는 자리를 만들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겠죠? 그래서 자주 할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꼭 필요한 시기’인 정월대보름에는 모든 일을 제쳐두고 힘을 모았어요. 봄기운이 시작되는 정월에 일 년 농사를 함께 계획하고 서로 신뢰하는 마음으로 협동하여 일을 하기 위한 지혜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