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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문화재
7.영혼과 마음에 울려퍼지는 소리 (성덕대왕신종, 성거산 천흥사명 동종, 남양주 봉선사 동종)

노래 속에 땡땡땡 이란 종소리가 우리 종소리가 아니라 서양 종소리라는 건 아세요? 우리 종은 뎅∼∼∼ 하는 소리를 내요. 땡땡땡 소리가 조급하다면 뎅∼∼∼은 여운이 있고 깊은 소리지요. 우리 종소리가 가득한 학교를 한번 상상해 보세요. 여유로움이 학교 전체에 흐르고, 우리 민족이 가진 정서를 이끌어내는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매일같이 느낄 수 있겠죠. 그리고 마음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드는 듯한 소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유를 찾고 싶어 할걸요. 그러다 보면 우리 음향과 금속 과학기술에 대해 좀 더 쉽고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예요. 학교종이 처음부터 우리 종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무척 아쉽죠. 우리 이제부터라도 바꿔나가요. 그럼 우리 종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해요.


성덕대왕신종, 성거산 천흥사명 동종, 남양주 봉선사 동종
성덕대왕신종
(국보 제29호)
성거산 천흥사명 동종
(국보 제280호)
남양주 봉선사 동종
(보물 제397호)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불교를 믿어왔기 때문에 종이 아주 많아요. 문화재로 지정된 것만 해도 국보가 4점, 보물이 17(2000. 2월 현재)점이나 된다고요. 그중에서 각 시대를 나타내는 종을 중심으로 살펴봐요. 국보 제29호인 성덕대왕신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종으로 알려져 있어요. 전체 높이는 3.7m이고 그 무게도 20톤이 넘어요. 이렇게 커다란 크기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균형미로 안정감이 있으며, 또한 종을 장식한 화려한 비천상과 종을 매다는 부분의 용조각, 세련되고 정교한 여러 문양은 우리나라 종이 가진 아름다움을 모두 보여주고 있어요. 그래서 이후에는 이 종을 기본형으로 해서 종을 만들었어요.
통일신라의 경덕왕은 아버지인 성덕대왕을 위해 이 종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해요. 아버지를 기리는 간절한 마음이 담긴 소리, 백성들이 듣고 감동과 힘을 느낄 수 있는 소리는 이 종을 만드는 가장 큰 목적이었지만 어려움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요? 경덕왕은 종이 완성되는 걸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으며, 아들인 혜공왕이 771년에 완성을 했어요. 지금은 국립경주박물관에 있고, 상원사동종과 함께 통일신라시대 종이 가진 양식을 우리에게 잘 말해주지요.

성거산 천흥사명 동종은 고려시대 초기인 1010년에 만들어졌어요. 국보 제280호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자리하고 있어요. 전체 높이 1.3m이며, 종에 그려진 문양과 전체 형태는 신라종과 비슷해요. 다만 용뉴(용의 머리 모양으로 만든 고리) 부분에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점과 비천상이 합장을 하고 있는 것, 만든 때와 장소를 알려주는 글씨를 위패 모양의 틀 속에 써놓은 것은 신라종과 구별되는 고려만의 특별한 양식을 보여주는 거예요.

보물 제397호 남양주 봉선사 동종은 전체높이 2.3m, 입지름 1.54m로 조선시대 종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모양을 자세히 살펴볼까요? 이전까지 보이던 음관이 없으며, 용뉴는 두 마리 용이 여의주를 가지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어요. 아래에는 보살상이 연꽃을 들고 서 있어요. 몸통 부분은 가운데에 굵은 선 한 줄과 약간 가는 두 줄의 선이 둘러져 있고, 아래에 글씨를 가득히 적어 놓았어요. 이전시대 종과는 아주 다른 점이 많이 있지요. 1469년 정희왕후가 세조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 봉선사를 짓고 종도 함께 만들었어요. 그런데 좀 이상하죠. 조선은 유교 국가인데 왕을 위해 절을 지었다니 말이에요. 그건 유교는 정치 이념이고 실제 종교 역할은 불교가 했다는 걸 말해요.


종에 그려진 문양만 봐도 시대가 보여요.

성덕대왕신종에서 가장 화려한 문양을 찾아보세요. 하늘을 날아오르는 천인의 모습을 그린 비천상이 가장 눈에 띄지요. 생동감이 넘치는 이 문양은 종을 만든 때가 신라라는 걸 말해요. 그런데 왜 하필 비천상이냐고요? 불교에서 비천상은 천상(하늘 위)을 상징한다고 해요. 어, 그런데 고려시대 종인 천흥사 종에도 비천상이 새겨져 있네요. 그럼 어떻게 구별 하냐고요? 숫자를 세어 보면 금방 알 수 있어요. 신라시대는 비천상이 4구이지만 고려시대는 2구 밖에 없어요. 그리고 성거산 천흥사명 동종은 비천상이 새겨져 있지만 고려시대 많은 종에는 삼존불이 합장하고 있거나 앉아 있는 보살상이 있어요.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합장하고 서 있는 보살상이 나타납니다. 보살은 중생을 구원하기 위해 지상에 내려온 분이지요. 조선시대는 구별하기가 아주 쉬워요. 남양주 봉선사 동종을 보면 종 위쪽에 있는 종고리의 용이 두 마리이고 음관이 없어요. 또한 종의 몸통 중간에 문양 띠가 나타나지요. 이는 고려 말부터 중국종이 들어오면서 신라시대부터의 한국종 형식에 중국종의 요소가 더하여진 결과랍니다. 그런데 왜 시대별로 문양이 달라지는 걸까요? 그건 종속에 담긴 불교와 사람들 생각이 달라지고 또한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기 때문이에요. 어때요? 이제 그 문양만 보고도 어느 시대 종인지 알 수 있겠죠.


우리종과 외국종은 어떻게 다를까요?

  우리 종 구조와 명칭을 나타낸 그림을 보면서 조금은 낯선 부분과 이름을 익혀보도록 해요. 앞으로도 계속 종의 각 부분 이름이 나올 텐데 그림을 보면서 확인해 나가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거예요.
처마나 높은 곳에 매달려 있는 종을, 줄을 흔들어서 치지요. 그러면 종속에 쇠막대가 움직이면서 소리를 내요. 이건 서양종을 치는 방법이에요. 그럼 우리 종은 어떻게 칠까요? 절에 갔을 때 종 옆에 길게 줄을 늘여 굵은 나무를 걸어 놓은 걸 보셨나요? 우리 종은 나무로 쳐요. 종을 치는 방법이 다른 거지요.
종모양도 다른데요. 우리 종은 전체가 둥글고 아래가 약간 좁아지면서 모여드는 듯한데, 서양종은 위가 좁고 아래는 치마처럼 넓게 펼쳐져 있어요.
만드는 재료도 조금 달라요. 우리 종은 푸른빛을 내는 청동으로 만들고, 서양종은 누런빛을 내는 황동으로 만들어요. 이렇게 치는 방법, 종모양, 재료가 다르니까 소리도 당연히 다르겠죠.

종의 각 부분 이름

그 소리를 노랫소리로 한번 비교해 볼까요? 서양 종소리는 높은 음이 많고 팍 펼쳐지는 듯한 노랫소리 같다면, 우리 종소리는 낮은 음이 많아 주변을 끌어안는 듯한 노랫소리와 비슷한 느낌이에요. 그럼 동양종인 중국종, 일본종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재료, 치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 구조에서 조금 달라요. 우리 종은 음통이 있고 당좌라고 해서 종을 치는 부분이 정해져 있는데 중국과 일본 종에는 없어요. 그리고 종두께가 부분마다 다르면서 종모양이 둥근 곡선을 연상하게 하는 우리 종에 비해 두 나라 종은 종두께가 똑같아서 전체모양이 직선에 가깝지요. 우리종과 중국·일본 종을 비교해 볼 때 음통·당좌·종두께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우리 종소리의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깊은 울림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혹시 성덕대왕신종이 내는 종소리를 들어보셨어요? 그 긴 울림은 마음 속 깊은 곳을 파고들어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느낌이지요. 얼마 전 일본 NHK방송국이 세계 여러 나라 종소리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종으로 우리 성덕대왕신종을 뽑았다고 하지요. 우리 종소리에는 맥놀이라는 특별한 현상이 있기 때문이에요. 맥놀이 현상이란 두 개의 다른 파장을 가진 진동이 만나게 되면서 일정한 주기로 소리의 크기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걸 말해요. 이 맥놀이가 가장 좋은 소리를 만들어 낼 때는 1∼3초에 1번 정도로 반복된다고 해요. 정확한 계산과 완전한 구조를 갖지 않고서는 거의 불가능하지요.
그럼 우리 종소리는 어떻게 그 정확한 맥놀이를 만들어 내는 걸까요? 종을 치면 종속은 진동이 서로 충돌하거나 반사해서 잡음이 생기지요. 이 잡음을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바로 음통이라고 해요. 이렇게 잡음이 없을 때에만 이상적인 진동이 만들어지거든요. 명동은 종을 바닥에 최대한 가깝게 매달아 놓고 바로 밑에 항아리를 묻어놓거나 움푹하게 파놓은 걸 말해요. 그 공간은 진동을 오래 머물도록 해서 긴 여음을 만들 뿐만 아니라, 첫 번째 진동이 이곳에 부딪쳐서 새로운 진동이 하나 더 생겨날 수 있도록 해요. 이 음통과 명동의 작용으로 정확한 맥놀이가 가능하게 된 거지요.
그밖에도 앞에서 살펴본 우리 종만이 가진 특별한 모습들은 가장 좋은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낸 음향과학 장치라고 할 수 있어요. 종소리가 그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에게 소리를 조절할 수 있는 세밀하고 정확한 과학기술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에밀레종에 얽힌 전설이 사실이었을까요?

에밀레종 이야기는 너무 유명하죠. 종을 만드는데 30년이나 걸렸으니 이런 전설이 생긴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그런데 정말 전설에서처럼 종을 만들었으나 소리도 안내고 계속 실패만을 거듭해서 종을 완성하는데 오래 걸린 걸까요? 글쎄요. 그전에 그보다 훨씬 큰 황룡사종도 만들었던 신라기술인데 그럴 리가요. 그럼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닐까요?
종을 만드는 방법은 회전법과 납형법 두 가지 단계로 구성됩니다.
회전법은 종 안과 밖에서 모양 판을 회전시키면서 주조 틀을 만드는 방법이고, 납형법은 종형 태를 미리 정교하게 만든 후 그 형태에 꼭 맞는 틀을 만드는 방법을 말해요. 대체로 큰 종을 만들 때는 이 두 가지 방법을 함께 사용하고, 작은 종은 납형법만으로 제작하기도 하지요.
우리는 이 두 방법 중 성덕대왕신종을 만들면서부터 납형법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성덕대왕신종 만한 종을 만들기 위해서는 4,000개도 넘는 벌통이 필요했어요. 종 만드는데 웬 벌통이냐고요? 벌은 몸에서 밀초라는 물질을 분비해서 집을 짓는데요. 이 밀초가 납형법에는 필수 재료거든요. 밀초로 모양을 자세히 만든 다음 진흙으로 두텁게 발라 틀을 만들고 열을 가하면 밀초만 녹아내리게 되고 그 속에 쇳물을 집어넣어서 만드는 거죠. 그런데 이 밀초를 구하는 게 쉽지가 않아요. 1년에 벌통 1개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은 1∼2리터 정도인데 종의 부피가 3.3m니까 벌통을 수년 간 모아야만 가능했겠죠. 납형법으로 종을 만드는 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운 과정이기는 하지만 만약 이 방법이 없었다면 우리종의 아름다운 소리와 문양, 정교한 구조는 불가능했을 거예요.


우리 지역의 종소리를 들어봐요.

지역의 종소리를 모아놓은 CD가 나와 있대요. 그 중에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종소리를 꼭 들어보세요. 물론 더 좋은 방법은 직접 종이 있는 곳에 가서 소리를 들어보는 거죠. 그리고 다른 지역, 다른 나라 종소리와 어떤 느낌 차이가 있는지 들어보는 거예요. 그냥 막연하게 종소리를 들을 때보다 훨씬 실감나고 세심하게 소리를 듣게 될걸요. 요즘 우리들은 너무 많은 소리에 파묻혀 살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해요. 어떤 소리든 진지하고 세밀하게 들어본 경험도 많이 부족하지요. 우리 종소리를 듣고 느끼면서 우리가 그동안 잃어버리고 있었던 소리에 대한 감각들을 되살려 나가도록 해요.